behind 4. #9 비밀스러운 목적지

 

behind 4. #9 비밀스러운 목적지

 

객실로 가기 위해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문득 호텔 바닥에 새겨진 문구를 보게 됐다.

 

“모든 여행은 여행자가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

호텔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객실로 가기 위해 버튼을 누른 뒤 엘레베이터가 오기를 기다리는

짧은 몇 초, 혹은 몇 분의 시간이다.

철저히 개인적인 공간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주하는 가장 공적인 공간에서는
익명의 타인들이 놓고 간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익명의 감정들은 공기중에 떠다니며 미세한 떨림을 만들어낸다.

복잡하게 떠다니는 공기의 떨림을 느끼며 나를 비밀의 목적지로 안내할 엘레베이터를 기다렸다.

옆에는 각자의 비밀을 객실에 풀어둔 채 음식을 즐기는 이들과, 이제 막 낯선 공간에 도착해 아직 비밀을 풀어내지 못한 채 간직한 무리가 한 데 뒤섞여 있었다.

 

 

작가 정욱 https://brunch.co.kr/@framingthe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