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ST ARTICLE/BEHIND STORY (85) 썸네일형 리스트형 behind 5. #22 부족한 시간 속, 온전한 쉼 behind 5. #22 부족한 시간 속, 온전한 쉼 얼마 전 주말에 한가로이 오후를 보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시간은 그대로인데, 시간을 쓸 곳은 많아졌다." 넘쳐나는 콘텐츠와 소셜미디어 속에서 시간을 소비할 거리는 많아졌는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예전과 똑같이 하루 24시간이다. 할게 없어 심심하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쉬고 있음에도 온전히 쉬지 못하고 계속해서 머리를 쓰는 상태를 지속하면서, 쉼이 온전한 쉼이 되지 못하는 일을 되풀이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일부러, 억지로라도 태양이 내리쬐는 한 여름날, 밖으로 나가 그늘진 나무 아래 태평하게 누워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는 문자 그대로의 완벽한 휴식을 떠올렸다. .. behind 5. #21 일상의 비행기 모드 behind 5. #21 일상의 비행기 모드 한창 광고가 나오는 영화관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광고가 끝나기 전에 휴대폰의 상태를 비행기모드로 전환하고 가방에 넣었다. 영화가 끝나고 밖을 돌아다니다가 비행기모드인 휴대폰을 발견하곤 그제야 비행기모드를 해제했다. 휴대폰 화면은 금세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들로 가득 찼다. 휴대폰의 네트워크가 잠시 끊긴 시간 동안 세상의 모든 연락과 소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채 잠시 단절되는, 그 느낌이 썩 나쁘지 않았다. 가끔은 일상에서 잠시 비행기모드를 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먼 곳으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여행의 시작을 알리듯 비행기모드를 켜는 일처럼 종종 일상에서 전환하는 비행기모드는 잠시나마 일상에서 멀어지는 기분을 선사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작가 .. behind 5. #20 봄의 위로 behind 5. #20 봄의 위로 지난 주말엔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따라 달렸다. 느즈막이 일어나 창밖을 봤는데 파란 하늘에 해가 눈부시게 부서지고 있었다. 너무 클리셰적인 주말 풍경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안 나가면 죄를 짓는 것 같은 날씨였다. 자전거를 타고 바라본 한 낮의 봄은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강 건너의 높은 건물들과 거대한 크기의 한강 대교들은 햇살을 받아 진득한 색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자전거는 중랑천을 지나 동호대교와 잠수교를 거쳐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사람들로 가득한 한강공원에 도착했다. 햇살이 물결 위로 부서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일주일 동안 차곡차곡 쌓였던 사람에 치인 마음을 조금씩 풀어 녹였다. 작가 정욱 https://brunch.co.kr/@framingthewo.. behind 5. #19 의식 저편의 계절 behind 5. #19 의식 저편의 계절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타는곳 안쪽으로..” 경쾌한 음악과 함께 안내방송이 울려퍼지며 열차가 승강장으로 진입했다. 순간, 훅하고 따뜻한 바람이 얼굴로 끼쳐왔다. 지난 몇 달 동안의 계절에선 느낄 수 없던 따스함이었다. 뭔가 뜻하지 않게 봄을 맞이한 기분이었다.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의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졌음이 느껴졌다. 이렇게 계절은 언제나 의식 저편, 아주 사소한 일에서 불현듯 다가온다. 작가 정욱 https://brunch.co.kr/@framingtheworld behind 5. #18 사소한 변화, 새로운 시각 behind 5. #18 사소한 변화, 새로운 시각 갑자기 여행이 하고 싶어지는 아침이 있다. 출근길이 견딜 수 없이 싫어서일 수도 있고, 문득 삶이 무료하다고 느껴서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런 충동이 한 번 마음속에서 일기 시작하면 마치 걷잡을 수 없는 들불처럼 빠르게 번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는 영화 의 조엘처럼 갑자기 회사로 가던 길에 바다로 향하는 기차를 탈 수도 없고 의 엘리자베스처럼 회사를 관두고 일 년씩 여행을 떠날 수도 없다. 그래서 여행의 충동이 일 때 내가 하는 건 내 앞의 사소한 풍경을 바꾸거나 작게나마 패턴을 다르게 가져보는 일이다. 매일 가던 카페를 바꾸거나,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타기도 하고, 그도 아니면 출근길에 듣는 음악을 색다르게 들어보곤 한다. 그럼 작게나마 새로운 .. behind 5. #17 두 번의 새해 behind 5. #17 두 번의 새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양력 1월 1일 새해와 음력 1월 1일, 이렇게 두 번씩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맞이한다. 두 개의 1월 1일 사이에 놓여버린 시간은 때로는 일종의 공백 혹은 유예기간처럼 느껴진다. 2022로 썼다가 2023으로 급하게 고쳐 쓰는 그런 마음들을 위한 공백. 시작했으나, 시작하지 않은 그 유예기간 속에서 마음은 천천히 2022에서 2023으로 바뀌어간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기엔 버겁고, 지나간 한 해를 떠나보내기엔 아쉬운 마음이 2와 3이 교차하듯 서로 교차하는 시간. 두 개의 새해 사이 공백은 마음과 마음 사이의 완충지대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작가 정욱 https://brunch.co.kr/@framingtheworld behind 5. #16 12월, 연말의 즐거운 소란 behind 5. #16 12월, 연말의 즐거운 소란 12월이 되면 항상 마음이 들뜬다. 한 해의 큰 이벤트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와 1년의 마지막 날이 함께 있는 달.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한껏 치장한 12월의 거리엔 연말을 맞아 서로의 안부를 묻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만들어낸 즐거운 소란이 가득하다. 그 소란들 속엔 아마도, 한 해를 이대로 보내기 아쉬운 마음을 한 켠에 슬쩍 감추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마음과 마음, 소란과 소란이 어지러이 섞이는 12월, 인파 가득한 놀이공원 같은 한 해의 마지막 달에는 그래도 행복의 부피가 더 큰 마음으로 지낼 수 있기를. 작가 정욱 https://brunch.co.kr/@framingtheworld behind 5. #15 양면성, 일상의 여행지 behind 5. #15 양면성, 일상의 여행지 점심을 먹고 회사 근처를 산책하다 한 무리의 관광객을 마주쳤다. 소란스럽게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사람들이 떠난 자리를 보다가 내가 여행자였던 순간이 떠올랐다. 잔뜩 신이 난 채 카메라를 이곳저곳 들이대는 나와는 달리 심드렁하거나, 조금은 피곤한 듯한 표정을 한 채 지하철에 몸을 싣고,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던 사람들.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인 도시가, 어떤 이에게는 1년 365일 똑같이 흘러가는 일상이 펼쳐지는 그저 그런 공간이 되기도 하는 양면성. 일상의 여행이라는 문구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이유는 어쩌면, 일상과 여행이 이처럼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작가 정욱 https://brunch.co.kr/@framingtheworld 이전 1 2 3 4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