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ind 3. #11 여행자의 의식

 

behind 3. #11 여행자의 의식

 

노련한 여행자든 그렇지 못한 여행자든, 그들에게는 저마다 여행지에서 강박적으로 하는 행위가 있다.

누군가는 비행기가 지상에 도착하자마자 손목시계의 바늘을 돌리는가 하면,
다른 이는 여행지에서 자신이 자주 가던 카페의 원두를 사 오기도 한다.

내가 아는 사람은 꼭 여행지의 언어로 된 읽지도 않을 책을 사 오고는 했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역시 해당 도시를 대표하는 엽서나 마그넷을 사는 일일테다.

이는 모두 여행자가 여행지에서 행하는 일종의 의식이다.

무의식적이든 아니든 간에, 여행자들이 행하는 이런 행위는
낯선 공간을 낯익은 공간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일상이라는 루틴을 벗어난 여행 안에서, 여행자는 이런 시도들을 통해 자신만의 또 다른 루틴을 만든다.

우리의 습관은 비일상을 일상처럼 느끼게 하는 힘이 있다.
여행이라는 낯선 행위의 매력은, 어쩌면 비일상 속의 작은 일상들 덕분일지도 모른다.

 

 

작가 정욱 https://brunch.co.kr/@framingthe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