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ind 3. #10 마음을 녹이는 계절

 

behind 3. #10 마음을 녹이는 계절

 

저녁의 어스름이 푸르게 물들어갈 무렵, 호텔 방을 나섰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여름날의 밤 산책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계절의 정취는 늘 감각을 압도하며 다가온다.
짙어진 풀 내음, 습기를 머금은 바람의 상쾌함.

여름의 농도는 늘 다른 계절보다 한 뼘쯤 더 짙다.
짙은 계절의 농도 안에서, 우리의 마음은 한결 빠르게 녹아내린다.
차갑게만 느껴지던 낯선 도시의 공기는 여름이라는 계절을 만나 한결 부드럽게 우리를 감싸 안는다.
낯선 공간에서 푸르스름한 여름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조명의 불빛은 몽글몽글해진 우리의 마음 안에 점점이 자리 잡는다.

추위에 몸을 움츠릴 필요 없이 마음껏 밤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느긋함.
마음을 녹이는 여름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작가 정욱 https://brunch.co.kr/@framingthe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