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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ST ARTICLE/BEHIND STORY

behind 1. #12 모든 여행은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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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1. #12 모든 여행은 아쉬움을 남긴다

 

여행은 결국 짐을 풀고 풀어낸 짐을 다시 싸는 과정의 지난한 반복이다.
짐을 싸서 이동하고 다시 풀어내는 그 과정에서 여행자는 다시금 본인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여행의 마지막날 아침이 되면 그 귀찮은 과정을 다시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했다가도
문득 아쉬운 마음에 가만히 서서 마치 아무도 없었다는 듯이 말끔하게 정리된 방 안을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된다.


그러나 말끔하게 정리된 방 안을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엔 온통 자신의 흔적들로 가득하다.
처음의 자리에서 미세하게 옮겨진 테이블과 키에 맞게 높이를 낮춘 의자, 커피가 놓였던 테이블 위에 남겨진 컵 자국까지.
여행은 지나가는 자리마다 미세한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지난 여행을 되돌아본다.


여행 속에서 우리는 늘 시간에 쫓긴다.
시간은 늘 우리의 편이 아닌 저 멀리 서서 우리를 향해 부지런히 움직이라며 손짓할 뿐이다.
시간에게 달려가기 위해 부르튼 발을 애써 참아가며 부지런히 움직여도
아쉬움은 걸어가는 발자국의 수 만큼 커져간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 되면 여행자가 걸어가는 발걸음엔 온통 아쉬움의 자국만이 남아 뒤를 돌아보게 된다.


체크아웃을 하면서 손때 묻은 열쇠를 만지작거리고
아쉬운 마을을 뒤로하며 이동수단을 타고 공항으로 이동해 낯선 곳의 출국장을 나설 때,
우리는 그 모든 순간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며 이제야 조금은 익숙해진 방과 거리와 사람들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담아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건 여행의 마지막에서 여행자가 치러야 할 일종의 의식과도 같다.


그러나 지금의 아쉬움조차 일상으로 돌아가면 추억이 될 것을 알기에
우리는 기꺼이 이 아쉬움에 몸을 맡긴다.
아쉬움과 미련을 남겨 둔 채, 여행을 마무리 지으며 다음 여행을 꿈꾼다.

 


작가 정욱 https://brunch.co.kr/@framingthe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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