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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ST ARTICLE/BEHIND STORY

behind 1. #10 투명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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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1. #10 투명한 밤

 

시리도록 파랗던 하늘이 조금씩 연분홍 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달라진 하늘 빛 만큼이나 도시의 풍경도 변하기 시작한다.
익숙해진 한 낮의 골목에 조금씩 어둠이 내리고 불빛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하면
도시는 온통 차분한 오렌지 색으로 물든다.
그렇게 주황색으로 물든 골목의 끝엔 창문에서 은은하게 새어 나온 불빛이 오렌지 색 거리 위로 쏟아지며
사각의 무늬를 만들어내고 있다.
낮과는 다른 색채와 무늬로 갈아입은 도시의 야경 속을 천천히 걷고 있으면
꿈만 같았던 하루가 느린 속도로 스쳐 지나간다.
이렇게 도시는 한낮의 활기를 걷어내고 조금 차분해진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여행지에서의 밤은 미련과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이런 우리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아스라이 피어난 불빛들이 아쉬움을 어루만지고 미련을 가라앉힌다.


따스한 불빛 속을 걸어가며 우리는 아침에 숙소를 나서며 봐 두었던 가게에 들어가

오늘 하루를 소중히 간직할 물건을 찾아보기도 하고
괜시리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며 눈 앞의 풍경을 한 장면이라도 더 담아보고자 한다.

그렇게 하루를 천천히 정리하다 보면 흥분으로 들떠있던 감정은 서서히 가라앉고

여행의 밤이 제공하는 특유의 차분한 감정이 그 자리를 채운다.


숙소로 돌아오는 그 길 위에서는 어떤 여행자도 차분해지게 마련이다.
조각조각 흩어진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를 맞춰 나가는 시간이자 미련과 아쉬움 사이

그 어딘가에 놓인 감정으로 범벅된 여행에서의 감정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

여행자의 밤은 온전히 혼자가 된 자신을 가만히 놓아둘 수 있는 시간이다.


그 투명한 여행의 밤의 한 가운데에서 오롯이 혼자가 되는 우리는
하루 동안 소중히 모아놓은 여행의 퍼즐을 하나 둘 맞추어 나간다.

 

 

작가 정욱 https://brunch.co.kr/@framingthe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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