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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ST ARTICLE/BEHIND STORY

behind 1. #7 위로의 은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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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1. #7 위로의 은신처

 

낯선 도시에 도착했다는 설렘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그리고 설렘이 훑고 지나간 빈자리엔 피로가 그 자리를 대신 채운다.
긴 시간의 이동을 끝낸 뒤에 피곤으로 가득한 여행자의 몸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낯선 감각들에 쉽게 긴장한다.


그렇게 피로와 긴장감이 뒤섞인 채로 우리는 낯선 길을 걸어 숙소로 향한다.


보통 우리의 일상에서 필수적으로 여겨지는 '의식주'의 개념 중에 '주(宙)'는 가장 익숙하지만
그래서 가장 쉽게 잊히는 존재다.
일상에서 우리는 매일 아침 옷을 고르고 낮에는 점심 메뉴를 선택하며 저녁에는 식당을 예약하지만
정작 집은 매일의 선택지에서 빠져있다.
일상에선 누구도 하루하루 집을 선택하며 드나들지 않는다.


하지만 일상을 벗어난 여행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의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주 중에 '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에서의 집(흔히 말하는 숙소)은 단순히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을 넘어서서
여행의 거점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여행의 모든 목적이 되기도 한다.
여행자의 집은 그 여행의 모든 인상을 결정짓는 가장 적나라한 첫 인상이 된다.


이런 숙소의 첫인상은 많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로비의 바닥을 이루고 있는 깔끔한 대리석과 체크인하는 우리를 향해 과하지 않은 미소를 띠는 리셉션 직원의 모습 그리고 시즌에 알맞게 장식된 포인세티아 꽃 같은 것들은 놀라우리만치 생생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 공간이 우리를 품어주리라는 안도감,
하루의 일정에 지친 내 몸을 위로해주리라는 기대감은 이런 첫인상과 함께 온다.
어쩐지 이번 여행은 느낌이 좋다는 설렘과 함께 말이다.


기분 좋은 첫인상을 간직한 채 방으로 들어오면 하얀 시트가 덮여있는 침대가 우리 눈에 들어온다. 

지친 몸을 새하얀 침대에 누이면 서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온몸이 침대에 폭- 하고 파묻힌다.
들어온 지 몇 분도 채 되지 않는 방에서 느낄 수 있는 놀랍도록 편안한 그 감정은

어쩌면 수많은 여행객들이 거쳐 가는 숙소가 가져야 하는 본질일지도 모른다.


하루종일 낯선 감각에 노출되어 긴장한 채 거리를 헤매야 하는 여행자에겐
이처럼 아늑한 방이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로 다가온다.
우리가 긴 하루의 여행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때 방 안의 공기가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면
그제야 비로소 우리는 여행이 주는 낯섦을 설렘으로 바꿀 힘이 생겨난다.


여행자의 방은 온전한 휴식의 공간이자, 완전한 사적 공간이다.

낯설고 두려운 도시에서 완벽한 당신만의 은신처가 되어주는 곳,

그곳이 바로 여행자의 방이다.

 

 

작가 정욱 | https://brunch.co.kr/@framingthe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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