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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ST ARTICLE/BEHIND STORY

behind 5. #9 오후의 라디오, 작은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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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5. #9 오후의 라디오, 작은 평화

 

부모님과 함께 살던 아파트 주방의 찬장 아래엔 하얗고

슬림한 라디오가 설치되어있었다. 주방에 있을 때면
엄마는 늘 그 라디오를 틀어놓곤 했다.


해가 기우는 오후 네 시 즈음엔 늘 부엌에 난 작은 창으로
햇살이 넘치게 들어왔다. 냄비에선 된장찌개가 하얀 김을 내며 끓고 있었고,
라디오에서는 사람을 적당히 나른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철 지난 노래와 함께 햇살을 타고 흘렀다.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풍경.
나는 그런 풍경을 보고 들으며 자랐다.


지금도 햇살이 한껏 나른해지며 게으름을 피우는
오후 시간엔 괜스레 라디오를 틀어보곤 한다.
그러면 어느새 눈앞엔 어린 시절의 풍경이 펼쳐진다.
지직-거리는 노이즈가 섞인 주방의 빌트인 라디오는 아니지만,

넘치도록 평화로운 기분을 느껴보고 싶을 때면 말이다.

 

 

작가 정욱 https://brunch.co.kr/@framingthe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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