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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ST ARTICLE/BEHIND STORY

behind1. #4 非行, 비현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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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1. #4 非行, 비현실의 시작

 

아침부터 좀 서두른 탓에 탑승수속을 다 끝냈음에도 이륙까지는 두 시간 가량이 남아 있었다.

나는 비행기가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유리창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자꾸만 들썩이는 마음에 가라앉히기 위해 가만히 앉아서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했다.

다양한 사람들의 표정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공항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모여든다.

떠나는 이를 배웅하는 사람들의 애틋함과 돌아온 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반가움이라는

상반된 두 감정이 섞여 공기 중에 떠다니는 곳.

인종과 나이 , 국적과 성별이 저마다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설렘을 안고서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곳.

공항은 그 자체로 여행의 상징이자 우리가 여행을 통해 마주하게 될 세상의 축소판이다.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하는 일이 슬슬 무료해지던 때에 비행기의 탑승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내가 도착하게 될 도시의 이름과 리듬마저도 경쾌한 비행기의 편명을 안내하는 그 목소리는

세상 그 어떤 목소리보다도 감미롭게 내 귀로 들려와 여행의 시작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짐짓 들뜬 마음을 누른 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직원에게 비행기 티켓을 보여주고는 탑승 브리지로 향했다.

한참을 기다려온 탑승의 순간이지만 비행기에 올라타는 느낌은

마치 건물에서 건물 사이를 이동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서 약간은 시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내 자리에 앉아서 완전히 뒤바뀐 창 밖의 풍경을 보며

그제야 내가 비로소 비행기에 타고 있다는 사실에 설레기 시작했다.

창 밖으로 자그마하게 보이는 공항 직원들과 내 심장박동을 닮은 기체의 미세한 진동,

작은 타원형의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까지.

불과 몇 분 전까지 커다란 창문으로 바라보던 비행기에 내가 몸을 싣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금 낯설게 느껴졌다.

 

만약 여행이 꿈으로의 여정이자 현실을 벗어나는 행위라면

그 시작은 이렇듯 비행기의 창 밖 풍경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작은 비행기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낯선 지상의 풍경들과 이제 곧 이륙해서 목격하게 될 몇만 피트 상공의 무수히 많은 구름들.

그리고 거대한 쇳덩이 안에 앉아 그 구름들 사이를 날고 있다는 낯선 사실까지.

 

비행은 여행이 지닌 비현실이라는 속성을 이런 풍경의 힘을 빌려 보여주며 우리를 설레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의 여행은 이 모든 낯섦을 실은 비행기의 이륙과 함께 시작된다.

 

 

작가 정욱 ㅣ https://brunch.co.kr/@framingthe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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