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ind 1. #8 낯선 곳에서의 일상
behind 1. #8 낯선 곳에서의 일상
낯선 도시에서 우리는 어떻게 부지런히 움직일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이국적인 모습의 빨간 버스를 타거나 퀴퀴한 냄새가 나는 지하철을 탈 수도 있고
우리에겐 낯선 유럽의 트램과 같은 교통수단을 탈 수도, 두 다리를 믿고 열심히 걸어 다닐 수도 있다.
보통 대중교통은 도시의 생활자들과 여행자들이 가장 밀접하게 만나는 공간이 된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확연히 다른 두 존재들.
여행자들은 그 공간에서 일상 속의 자신을 떠올리며 지금의 처지를 낯설게 재확인하기도 한다.
그것은 익숙한 것들에서 느끼는 낯섦이다. 그리고 여행자들은 확연하게 다른 존재로 올라타는
대중교통의 익숙함 속에서 묘한 이국의 향기를 느낀다.
그러나 낯선 도시의 진짜 모습은 대중교통을 타고 큰길을 다닐 때가 아니라
대중교통은 미처 가지 못하는 비좁은 골목길을 구석구석 걸어 다닐 때라야 비로소 마주할 수 있다.
낯선 도시를 걷는 일의 즐거움은 지하철이나 버스로 지나칠 땐 절대 마주하지 못했을 장소들을 마주한다는 점에 있다.
길가의 카페부터 골목길의 작은 가게까지, 여행의 마법은 결코 대로변에서 펼쳐지지 않는다.
골목길을 헤매다가 마주친 아기자기한 쇼윈도에 이끌려 들어간 작은 가게나
좁은 골목길 사이를 지나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해 질 녘의 작은 광장, 그곳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 현지인들까지.
이런 장소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꺼이 골목길을 헤매일 이유는 충분하다.
이렇듯 우리가 여행을 떠나면서 기대하는 건 기억 저편에 고이 간직해두었다가
가끔씩 꺼내어 볼 수 있는 마음속의 장면을 마주하는 일일 테다.
단언컨대 여행에서 마주하는 광경들은 모두가 절대적으로 아름답지도 않고, 매 순간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강렬하지도 않다. 여행의 길 위엔 길고 긴 기다림의 시간과 우리의 시선을 전혀 끌지 못하는 평범한 풍경들로 가득하다.
그렇기에 때로 여행은 장소만 바뀐 일상의 연속에 불과하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시간들이 일상과 다른 점 역시 장소만 바뀐 다른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일상이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여행을 떠나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요란스럽지 않은 휴식의 순간들.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 오롯이 혼자가 되는 기분.
낯선 도시에서의 일상.
일상의 잔인함은 낯선 여행지에선 오히려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여행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건
어쩌면 역설적이게도 여행이 낯선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의 연장선이기 때문일 테다.